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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방과 비책
    [프로젝트] 단상 모음/2020 칼럼, 단상 2020. 6. 17. 11:45

    # 17일째

    [천운영의 명랑한 뒷맛] 비방이 내게 남긴 것 / 천운영 소설가 / 경향 / 2020.04.27 


    "테이블 어딘가 숨겨진 메모에
    내 땡땡 사가시오
    집 안 나갈 때 쓰는 비방이란다
    비책 아닌 무언가를 헐뜯어
    함부로 내던진 비방이었다"

    "땡땡 비방을 써서 숨긴 집주인을 생각했다. 집주인은 자신이 쓴 비방이 통했다고 믿고 있을까. 그것은 비책이 아니라 무언가를 헐뜯어 함부로 내던진 비방이었다. 장판 아래 어딘가에 미처 치우지 않은 비방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도. 실체가 드러났지만 나는 여전히 공포와 함께 살고 있다. 누군가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얼토당토아니한 비방을 비책이라 믿는 저 어리석은 자들은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4262057005&code=990100


    비방이나 비책이나. 있으나 없는 것과 같다. 사실관계를 따져들면 더 좋은 '책과 방'들이 많을 테니, 결국 믿음 여부에 따라 달라지리라. 인과관계가 딱히 성립되지 않더라도 믿기에 안심되는 심리적 방어 탓에 어떻게든 구전되고 있을테니까. 행위가 다소 우스워도 어리석다는 결론은 성급하다.


    믿음은 불안을 타고 성장한다. '코뚜레'가 의미상 수용가능하다해도 '땡땡'처럼 말이 안되는 건 매한가지다. 믿음을 "어리석지 않게" 해석하기란 가능한 일일까. 손 댈 수 없는 미래와 불안을 잠재우는 "비방"은 "어리석게도" 모습만 달라진채 앞으로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듯하다.

     

    "무언가를 헐뜯어 함부로 내던진 비방이었다" 순간 비방(祕方)을 비방(誹謗)이라 읽었다. 누군가를 비웃고 비난하는 비방(誹謗)과 "함부로 내던진"이 너무 자연스레 연결됐기에, 다시 읽고서야 비방의 본 뜻을 찾았다. 코로나19를 통해 혐오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와중 일상에 스며든 문장 하나가 왠지 모를 묵직함을 남긴다. 지금도 '비방'은 쉴 새 없이 함부로 내던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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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가 답게" 작가가 펼치는 서사의 힘이 글을 끝까지 읽게 만들었다. 제목부터 읽지 않고 본문부터 무작정 덤벼서 읽은 게 다행이었다. 비방의 정체(?)를 맛깔나게 살려 읽을 수 있었으니까. 칼럼의 다양한 장르를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칼럼이 꼭 닫힌 결론을 내야만 하는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가다 마지막에서 좀 의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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