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정치사회,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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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으로 들어온 민주화 / 6월 민주항쟁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30. 10:44
#22일째 1987년 6월에 이르는 민주화과정에서 '직선제 개헌'은 그 자체로 '민주헌법 쟁취'를 의미했다. 당시 민주화 쟁점으로서 '개헌'에 대한 인식은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결성 선언문에도 다음과 같이 표현되어 있다. "개헌은 단순히 헌법상의 조문 개정을 뛰어넘어 유신 이래 빼앗겨 온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기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정부 선택권을 되찾음으로써 실로 안으로 국민 다수의 의사를 실행하고 밖으로 민족의 이익을 수호할 수 있는 정통성 있는 민주 정부의 수립을 가능케함을 의미한다. 또한 개헌은 응어리진 국민적 한과 울분을 새로운 단결과 화해, 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민주화를 위한 출발점이며 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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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의 모순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29. 09:39
#21일째 다시 말해 80년대 저항운동의 목표는 단순히 독재 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민간 정부를 수립하는데 있지 않았다. 그것은 독재 정권과 자본주의의 발전의 파행성으로 현상된 한국사회 모순 구조 자체의 전면적인 '변혁'을 추구했다. 이와 같은 운동의 '질적 비약'은 자연히 인식 구조의 '심화'를 동반했다. 변혁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먼저 변혁 대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변혁 주체 설정, 변혁 방법에 대한 분석이 필연적이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운동과 사회 인식의 이 같은 변화는 기존의 운동 방식이나 내용, 주체에 대한 반성을 요구했는데, 그것은 1960~7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견인했던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되었다. 1980년대 변혁론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자유주의적 민주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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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헤게모니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28. 14:12
#20일째 1970년대 들어 '민족 통일'이 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의제로 대두하게 된 것은 '7.4 남북공동성명'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에 의해 평화통일문제가 "민족의 역사적 사명"으로 부각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권만이 통일 논의를 독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민족 통일과 연계하는 민주화 세력의 논리는, 반민주적 독재 정권은 통일을 말할 자격이 없으며 그들에 의한 통일 논의는 결국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함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70년 중반 이후 민주화 운동이 민족 통일 의제를 확연히 포섭하게 되면서 '민주수호국민협의회'에서 '민주회복국민회의'로 발전해 온 범재야 민주화 운동 연합은 1979년 3월1일 '민주주의와 민족 통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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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헌법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23. 08:26
#17일자 헌법을 한 국가가 표방하는바 공식 지배 이념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인정할 때, 대한민국의 건국헌법은 한국에서 제도화된 자유민주주의가 사실상 상당히 진보적인 성격을 띤 것이었음을 증언한다. 물론 한국 현실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도입을 반공 분단 체제의 정당화라는 미국의 의도와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건국헌법의 형태로 제도화된 자유민주주의 진보성을, 국가 형성 당시의 국내외 정세 및 제헌과정에 참여한 국내 정치집단들 간의 역동적인 세력 관계를 도외시한 채, 단순히 미국이 노린 의도적 효과로만 해석하는 것 역시 오류다. 건국헌법을 중심으로 볼 때, 초기 자유민주주의 제도화는 '제도 형성자'로서 미국이 구조화해놓은 한계선 내에서 '해방이 몰고 온 민족사적 진보성'을 배경으로 극우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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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서 해석한 민족주의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22. 16:00
#15일차 자유주의든 사회주의든 민족주의의 큰 틀 속에 포섭되지 않을 수 없었던 독립운동의 와정에서와는 달리 해방을 맞이한 정치 공간에서, 특히 새로운 국가 건설의 과제를 앞에 두고, 자유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은 이제 각기 서로 다른 지향을 분명히 드러내며 기존의 민족주의 세력으로부터 분화해나갔다. 물론 해방 공간에서도 식민지 경험을 배경으로 민족주의가 여전히 우월적 이념을 차지했던 것은 분명하나, 단순히 민족적이냐 반민족적이냐의 잣대만을 적용해 당시 정치 세력들간의 갈등이나 이념적 대립을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다양한 건국 구상과 그것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벌어졌던 노선 투쟁은 민족주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되짚어 볼 필요가 있고, 그럴 경우 해방 공간을 점철했던 여러 이념들의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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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안에서의 자유주의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20. 09:46
#14일차 "다양한 정치세력과 정치이념들은 혼란스럽게 얽혀 있었다고 하나, 그래도 근대국가의 성격과 형태가 '민주주의' 일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치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민주주의냐였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적 민족국가를 건설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으나 어떤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간의 문제를 두고 이념적, 정책적 대립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것이다. 해방 정국의 다양한 논쟁은 결국 여러 정치 세력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신념 및 헌신의 정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해방 공간에서 각 정파의 이합집산이나 이념, 노선 대결은 신탁통치 찬성 대 반대, 단정 대 좌우합작 등의 의제를 중심으로 조명되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주로 친미냐 친소냐 혹은 민족적이냐 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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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속성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15. 10:14
#11일차 오늘날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자유주의는 16세기 이래 서양에서 발전한 사상이다. 자유주의가 무엇인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 서양의 자유주의 발전사를 통해 볼때 " 개인의 자유를 최고의 정치가치로 설정하며 어떤 제도나 정치적 실천의 평가 기준이 개인의 자유를 촉진, 조장하는 데 성공적인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 신념 체계"라는 것이 자유주의에 대한 가장 무난한 개념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상이나 제도의 특정한 성격이란 대개 그 기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자유주의의 이런 일반적인 정의 역시 그것이 형성된 기원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한다. (p.122) "서양의 구체적인 역사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특정한 제안" 혹은 "르네상스 및 정교개혁과 더불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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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수주의2020 정치사회, 단상/정치사회, 단상(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2020. 7. 14. 14:34
#11일째 달리 볼때, 뉴라이트 등 보수 세력이 내세우는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에서 김영삼 정부에서 도달했던 민주주의의 수준을 옹호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풀이할 수도 있다. 김영삼 정부 역시 '세계화'를 국정의 목표로 제시하면서 금융, 외환, 투자, 무역 및 여타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의 각종 규제의 축소 및 철폐를 통한 시장 자유의 확대,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신보수주의'를 내세우면서 '작은 정부'를 주장했으며, 노태우 정부에서 미진하게 남아 있던 민주적인 정치 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때, 뉴라이트 등이 시도한 보수주의의 자기 쇄신은 이념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혁신된 요소가 추가된 것이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