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verse 2020. 7. 9. 10:28

#7일째

"다른 한편 시민사회 내 보수세력의 행동주의는 넓은 의미에서 민주화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약화됨에 따라 시민 운동과 진보적인 민중운동이 활성화되었고,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이른바 비정부단체NGO의 황금기를 구가하는 듯 했다. 특히 1989년에 창립된 '경제정의실천연합'을 필두로 해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등 많은 시민단체가 등장했고, 이들에 의해 조직된 시민운동은 공명선거감시운동부터 의정감시운동, 국정감사감시운동, 낙천낙선운동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고, 이 점에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화를 견인해 왔다. (중략)

이처럼 민주화 이후 진보적인 시민단체에 의해 전개된 다양한 시민운동, 노사모와 같은 온라인-오프라인 단체의 행동주의, 그리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을 발단으로 일어난 촛볼 시위등은 반사적으로 보수 세력의 행동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곧 보수 세력의 정치적 행동주의는 이른바 시민운동이나 진보세력의 행동주의를 모방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보수 세력의 행동주의는 노무현 현상이나 반미 촛불 시위에 상응하는 동시대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2002년 12월 대선 당시 반미 촛불 시위의 영향을 보고 자극을 받아 " 우리도 행동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는 한 보수 인사의 언급은 이 점을 잘 보여 준다. 그리하여 보수 세력 역시 보수적인 정부에 묵종하단 과거의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진보적인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대중집회를 기획하고 조직하게 되었던 것이다."(p.100~101)


"다시 말해 조직화된 움직임은"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남북화해와 통일, 개인 및 집단적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 그리고 정치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비권위적, 평등주의적 방향으로의 재편등의 변화에 반대하는 것"으로서 정치적 보수주의의 행동주의적 분출이라 할 수 있었다."

"곧 보수세력은 더는 제도권정치(국가와 정치사회영역)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시민사회내 보수 진영 내부의 역학관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출범 이후 보수 세력은 점차적으로 정치사회에 대한 통제를 상실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 그동안 보수 세력의 가장 강력한 거점이 되어 온 라디오는 물론 텔레비전 등 주요 대중 언론에 대한 통제력을 잃거나 그들이 장악한 언론의 힘이 현저히 약화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론 김대중 정부에서도 보수 세력은 조, 중, 동으로 상징되는 거대 신문사를 거점으로 집중적인 반격을 시도했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의 당선으로 귀결된 2002년 대통령 선거는 인터넷 매체등 진보적인 대안 언론의 등장으로 인해 거대 신문사들의 정치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음을 보여준 극적인 사건이었다. 이런 사태는 이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이 보수 언론에서 보수적인 시민단체 및 종교단체로 어느 정도 이동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p.99~100)

[출처]한국정치의 이념과 사상


리더를 아쉬워하지 않는 다원화의 시대가 왔다. 어쎔블리(assembly)현상, 혹은 광장의 문화가 말하듯 모임의 결집과 해산은 개개인이 결정한다. 특별한 리더는 필요치 않다. 리더가 집단을 다스리고 나머지는 일사불란하게 리더를 돕는 권위주의식 모습은 이제 희미해졌다. 시대의 흐름은 권위를 밑바탕에 둔 보수주의도 피해 갈 수 없다.

 

중간 인용된 문장은 보수주의의 행동주의에 대해 설명한다. "정치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체의 비권위적, 평등주의적 방향으로의 재편등의 변화에 반대하는 것" 읽으면서 한 번에 이해되지 않았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목표 삼지 않고 보수가 내세울 수 있는 뚜렷한 행동주의적 목표란 무엇일까. 보수만의 독자적인 노선이 궁금하다.